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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장인의 귀환

이덕희 감독이 로마의 휴일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로마의 휴일’ 하면 대부분 오드리 헵번 주연의 1953년 할리우드 고전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리메이크가 아닌, 완전히 새롭게 창작된 작품이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임창정과 공형진이라니 두 배우 모두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베테랑이다. 그 순간 저는 이 작품이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마음을 은근히 사로잡는 웰메이드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언제나 코미디, 감동 그리고 약간의 혼란이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 진가를 발휘해 왔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상황(혹은 우스꽝스러운 사고)에 휘말리는 설정은 공감을 사기 딱 좋은 포맷이다. 로마의 휴일은 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예술도 아니고, 액션 대작도 아니다. 대신 성인들의 삶 속 유쾌한 해프닝을 진심 어린 시선으로 풀어내는, 가볍지만 묵직한 한 편의 여정이다. 한민국에서 이름만으로 극장으로 이끄는 배우를 꼽자면, 임창정은 단연 그중 하나일 거다. 그는 가수이자 배우로서 수많은 흥행작을 남겼고 특히 코미디 장르에서는 누구보다 탄탄한 입지를 자랑한다 색즉시공, 스카우트, 1번가의 기적 등에서 그는 웃음과 눈물을 모두 잡는 연기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로마의 휴일에서 임창정이 맡은 캐릭터는 여러 웃지 못할 사건에 휘말리며 무언가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바로 이런 설정이 그의 연기 스타일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는 단순한 웃음만 추구하지 않는다. 그 안에 인간적인 면모,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녹여낸다. 마음이 있는 코미디를 특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임창정이 중심을 잘 잡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관객을 불러 모으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공형진의 든든한 시너지

공형진은 늘 주연보다 조연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는 단역일지라도 존재감을 빛내는 배우이다. 로마의 휴일에서는 드디어 임창정과 함께 공동 주연으로 전면에 나선다고 하니, 그 조합 자체가 기대된다. 공형진은 익살맞은 연기와 현실적인 인간미를 동시에 갖춘 배우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언제나 극 속에서 진짜 사람처럼 느꼈다. 그가 보여줄 모습은 아마도 엉뚱하지만 정이 가는 캐릭터이다. 임창정과 함께 만들어낼 케미는 코미디 장르의 핵심이 될 것이다. 임창정이 감정선을 이끈다면 공형진은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연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세대 불문 많은 사람들이 공형진의 얼굴만 봐도 친근함을 느끼기 때문에 이 조합은 흥행에 있어 중요한 신뢰를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시대 속, 가볍지만 따뜻한 이야기의 힘

요즘 개봉하는 작품들을 보면 감정적으로 무겁거나 정치적이거나 혹은 압도적인 액션 중심의 작품들이 많다. 물론 그런 작품들도 의미가 있지만, 가끔은 너무 피곤하다. 진짜 원하는 건, 일상에서 벗어난 유쾌한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바로 그 지점을 로마의 휴일이 제대로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새로운 장르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도 아니고, 형식을 뒤엎는 실험도 아니다. 오히려 복고적인 매력을 품은 인물 중심의 에피소드 코미디이자 약간의 감동을 담은 소소한 인간극장이다. 전 이 점이야말로 가장 똑똑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안에서 웃고, 울고, 자기 이야기를 발견하는 걸 좋아한다. 마파도, 두사부일체 같은 그렇게 사랑받은 것처럼 로마의 휴일도 비슷한 계보를 이을 수 있다. 게다가 마케팅을 잘 활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예고편에 두 주연 배우의 티키타카를 강조하고, 포스터에 따뜻한 감성을 녹여내며, 여기에 중독성 있는 OST 한 곡만 붙여도 한번 봐야겠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만들 수 있다. 처음 보면 눈에 확 띄는 대작은 아닐지 몰라도 로마의 휴일은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화려한 CG나 거대한 세계관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 배우 간의 호흡, 그리고 교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임창정은 웃음 뒤에 진심을 담아내는 연기를, 공형진은 따뜻한 현실감을, 그리고 이덕희 감독은 두 사람의 장점을 극대화할 스토리를 준비했다. 제게 마치 하루 종일 고생한 뒤 먹는 짜장면 한 그릇 같다. 익숙하면서도 위로가 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포만감을 주는 그런 작품. 만약 입소문과 리뷰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로마의 휴일은 ‘생각보다 괜찮았던 영화’에서 ‘놓치면 아쉬운 영화’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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