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공간 속 한소희의 연기 변신윤수익 감독이 연출하고, 한소희와 한해인이 주연을 맡은 폭설은 직감적으로 이 작품, 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배우인 한소희의 출연만으로도 관심을 끌기 충분했지만, 그보다 제 시선을 사로잡은 건 ‘폭설’이라는 제목이 풍기는 무드, 정서적으로 섬세한 연출로 알려진 감독의 행보, 그리고 심리적인 깊이를 담은 분위기 있는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었어요. 늘 개인의 내면 이야기를 사회적 혹은 자연적 혼란이라는 배경 위에 녹여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다. 폭설에서도 눈보라라는 실제 자연재해가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을 상징적으로 투영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화려한 장면이나 자극적인 홍보 없이도, 배우의 연기력과 분위기, 그리고 정적인 긴..
장르를 뒤집는 한채영의 컴백악의 도시라를 접했을 때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현우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늘 우아하고 로맨틱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한채영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제목만 봐도 느껴지는 어두움, 그리고 기존 이미지와 다른 배우의 선택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작품의 기획 의도와 설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니, 악의 도시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사회 비판적 메시지, 액션, 고전적 복수극의 정서를 섞어낸 스타일리시한 서사로, 시대성과 향수를 동시에 담아낸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평면적인 스릴러와는 다른 차원의 매력을 지니고 있어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채영은 그동안..
우흥행력을 입증한 드림팀의 조합감독부터 배우까지 작품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확실한 매력을 가진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민호 감독은 단순한 연출자를 넘어,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까지, 그는 정치와 대중성을 접목하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작품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빈. 사랑의 불시착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데 이어 공조 2로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복귀하며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믿음직한 흥행 보증 수표가 되었다. 반면 박정민은 작품 속 인물에 완전히 녹아드는 몰입형 배우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의 강렬함부터 그것만이 내 세상의 섬세함까지, 그는 어떤 캐릭터든 진정성 있게 풀어낸다. 이 둘이 만나 만들..
코미디의 제왕 임창정의 인간미나는 늘 뻔한 길을 벗어난 로맨틱 코미디에 끌린다. 단순히 꽃과 촛불 저녁식사가 아닌, 결함 많은 사람들이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관계를 맺게 되는 이야기가 좋다. 바로 그런 점이 신근호 감독의 불량남녀에 끌렸다. 임창정과 엄지원이 주연을 맡은 이 2010년 작품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끌리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소박한 목표, 기묘한 유머 톤, 다층적인 캐릭터들 덕분에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흥행 성적으로 보자면 불량남녀는 한국을 뒤흔든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대로 기획하고 시기를 잘 맞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임창정 하면 대부분의 배꼽 빠지는 코미디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단..
